총선 지나자 들썩이는 물가... 조미김·고추장·과자 줄줄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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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5. 오전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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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생필품 가격 폭등 우려

연합뉴스

‘도미노 물가 인상’의 신호탄이 터졌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아래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던 생필품·식품 제조 기업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12개 생필품 가격이 당장 다음 달부터 인상되고, 과자와 김 등 식품 가격도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올리브유, 소스류·장류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기업들이 총선 이후 들썩일 것이란 말이 많았다. 그런 전망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야채, 과일 등 신선 식품 가격이 폭등했다면 지금은 생필품·가공식품 가격 폭등이 벌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원재료 값이 너무 뛰기도 했지만, 그동안 오른 인건비, 전기세 등도 만만치 않다”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인상 시기를 늦추는 등 고민도 깊은 모습이다.

그래픽=양진경

생필품, 과자, 김 가격 줄인상

2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볼펜, 라이터, 생리대 등 생필품 10여 종의 가격이 5월 1일부터 일제히 오른다. 모나미153 볼펜 가격은 300원에서 400원으로, 스위트돌라이터는 800원에서 900원으로 오른다. 엘지유니참의 중간 크기 생리대(4개)는 2400원에서 2600원으로 200원씩 비싸진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에서 ‘원자재와 생산 비용이 올랐다’며 납품 단가 인상을 알려왔다”며 “인상 시점 및 인상 폭은 편의점 4사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대형 마트 생필품 가격도 오른다. 섬유 유연제 피죤 12개 품목이 10~20%, 엘지유니참 쏘피 생리대 12개 품목이 6~7%씩 인상됐다.

과자 가격도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롯데웰푸드는 6월 1일부터 가나초콜릿과 빼빼로 등 17종 제품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롯데웰푸드는 ‘가정의 달 5월은 과자 소비량이 많으니 가격 인상을 미뤄달라’는 정부 요청에 따라 당초 5월 1일로 정했던 인상 시기를 1개월 늦췄다. 이에 따라 다른 과자 업체들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김의 경우 전문 제조 업체들이 이미 10~20%씩 제품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등 대기업들도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역대급 흉작인 중국과 일본에서 대거 수입에 나서 원초(김의 원재료) 값이 50% 이상 뛰어 올라 앞으로 생산하는 조미김 가격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값이 오르자 이를 사용하는 김밥 업체들도 가격을 100~1000원씩 올린 상태다.

올리브유와 이를 활용한 제품의 가격도 곧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리브 산지인 스페인에 가뭄이 심각해 올리브유 가격이 1년 새 2배 이상 오른 탓이다. 국제 원당(설탕 원재료) 가격이 뛴 여파로 장류·소스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고추장, 된장, 케첩, 소스 등의 가격 인상을 계획했다가 정부 요청으로 철회했던 기업들이 이제 다시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눈치 보이지만 인상 불가피”

생필품, 식품 제조사들은 “그간 인건비, 전기세 등 모든 비용이 올라서 원가 압박이 심각했다”며 앞으로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재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요인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이전 정권에서 전기료 인상 등을 대책 없이 미루었다가 결국 한꺼번에 폭탄으로 돌아오지 않았느냐”며 “하반기부터는 가격 줄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역시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이 지속적인 인건비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업계 1호 인상’은 피하겠다며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정부가 여전히 물가 안정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데다 여론의 눈치도 안 볼 수 없어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운 처지라는 것이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손해를 보고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부 기조나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편의점과의 택배 운임 계약 가격을 50원 올리려고 했다가 24일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조정하겠다”며 보류했다. 이에 따라 100~400원씩 택배비를 인상하려 했던 편의점들도 계획을 접었다. 그러나 ‘눈치 보기’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는 기업들이 아예 가격 인상을 생각하지도 않거나 인상안을 폐기했는데, 지금은 시기만 늦출 뿐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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